감기약과 항생제를 달고 사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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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 입학한 이후 감기를 달고 살다 보니 1년에 반 이상을 감기약을 달고 살았어요”,
“우리 아이는 항생제를 먹지 않으면 감기가 낫지를 않아서 먹이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진료실에서 소아 감기를 진료할 때에 부모님에게 흔히 듣는 하소연이다.
몇 년 전 교육방송에서 "감기"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의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질문을 했는데 거의 모든 아이들이 “빨리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먹어야 한다”고 답한 반면에, 유럽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대부분 아이들이 “집에서 푹 쉬어야 한다”고 대답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외국과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이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이러한 감기에 대한 인식의 큰 차이도 외국에 비해 월등히 많은 감기약고 항생제의 처방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감기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 중에 우리가 가장 자주 걸리는 병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 인체는 수만 년 전 원시시대 때부터 감기 바이러스와 싸워서 이겨내는 능력을 길러왔고 또한 물려받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체력과 면역력을 가진 아이는 웬만한 감기는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유럽의 아이들이 “감기는 엄마가 주는 꿀물을 마시고 이불을 잘 덮고 자면 낫는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아이들은 왜 이렇게 감기약을 오래 먹는 경우가 많은 것일까?
과연 감기에 걸려서 열이 나는 첫날부터 이어지는 콧물 기침 등의 증상이 깨끗하게 나을 때까지 감기약을 빼먹지 않고 열심히 먹어야 하고, 만약 감기가 잘 안나으면 꼭 항생제를 먹어야 하는 것인가?
특히 항생제에 관해서 미국 의학협회저널(JAMA)에서는 일반적인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항생제는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고 감기증상을 개선시키지 않는다고 했으며, 항생제는 감기를 예방하지도, 가볍게 앓게 하지도 않는다고 하면서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 감염에 의한 위중한 질환에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아이가 감기 걸린 후 스스로 나으려고 아이의 몸 안에서 벌어지는 자연치유의 노력의 과정을 살펴보면 그동안 알고 있던 감기의 증상을 이해함과 동시에 감기의 치료와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아이의 몸 안에 감기바이러스가 침입한 것을 발견하면 즉시로 그 적군(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아군병력(면역세포)을 대량으로 늘리는데 이때 체온을 1.5도 3도 정도 올리면 더 쉽게 바이러스를 찾아서 없앨수 있는데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체온이 올라가면 그 활동성이 위축이 되기 때문이다.
보통 2-3일간 열이 난 후에 콧물, 기침, 혹은 가래 등의 증상이 이어지는데 이것은 백혈구와 바이러스의 싸움의 결과로 만들어진 찌꺼기, 잔해들을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한 자연치유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가 감기약으로 복용하는 해열제, 콧물약, 기침약 등은 그 정도가 심한 경우에 증상을 줄여주어 아이가 감기를 스스로 극복해 가는 과정에 너무 힘들거나 지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하지 않은 증상까지도 약의 힘으로 완전히 없애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바꿀 필요가 있다.
오히려 그 기간 중에 충분한 수분 섭취와 적절한 영양섭취 그리고 잘 쉬면서 아이의 면역기능이 잘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 스스로의 면역력으로 감기를 이겨낸 경우에는 한동안 같은 감기를 여간해서는 반복해서 걸리지 않으며 걸리더라도 수월하게 이겨 낼 수 있다.
자칫 감기약의 오남용이 아이가 바이러스와 맞서 싸워 이길 기회조차 빼앗아 스스로 면역력을 훈련하고 발휘하는 것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열을 내리고 콧물과 기침을 멎게 하는 등의 증상을 없애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면역력을 키우고 부족한 장기의 기운을 보충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정현 한의사
출처 : 여성소비자신문 (http://www.wsobi.com/news/articleView.html?idxno=218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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